[뉴미디어의 기수들]②박영하 다나와 미디어 본부장 "쇼핑의, 쇼핑을 위한, 쇼핑에 의한 매체"

한국IBM을 흔히 'IT 사관학교'라고 한다. 한국IBM 출신들이 IT 각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인데, 이제는 뉴스거리도 안된다. 기자들이 쓸 것 없을 때, IT 사관학교라는 주제로 한국IBM 출신의 인물 동정을 전하는 기사들을 수도 없이 써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전자신문 기자도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신문업계 IT 사관학교가 있다면, 그게 바로 전자신문이다.
가격 비교 사이트 다나와 미디어 본부장 박/영/하. 바로 박 선배를 만나면서 전자신문이 신문업계 IT 사관학교라는 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고보니, 주요 신문 IT 기자는 물론이고, 아이뉴스24 창업자, 블로터닷넷 창업자 모두 전자신문 출신이다. 이병희 선배도 IT잡지를 창간했고 지금은 데브피아라는 개발자 커뮤니티를 운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전자신문 출신들이 곳곳에서 활약하는 데, 정작 전자신문은 이러한 저력을 모르는 것 같다.
아.. 박영하 선배를 만나면서 선배와의 스치듯 말듯한 인연이 아쉬워졌다. 벌써 5년 전이다. 컴퓨터 산업부로 선배와 내가 나란히 발령받으면서 1진, 2진으로 일하게 됐는데, 박 선배는 발령난 지 한달 만에 나를 두고 다나와로 전직했다. 그럼, 박 선배가 인생 2기를 시작한 다나와라는 회사는 어떤 회사인가. 이 회사 역시 뉴미디어라는 관점에서 탐구욕을 자극시키는, 그야말로 군침이 도는 회사다.
<다나와는?>
흔히들 다나와를 단순 가격 비교 사이트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 이상이다. 가격비교를 바탕으로 모인 거대한 사용자를 바탕으로 세상에는 없었던 새로운 미디어로 진보하고 있다.
일단, 다나와 측의 설명을 볼까?
"다나와는 가격비교를 중심으로 다양한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형성하도록 기여하였으며, 이를 바탕으로 최고의 가격비교 서비스를 제고하고자 합니다."
너무 겸손한 설명이다.
다나와는 용산 전자상가의 '조용한 혁명가' 이자, '소리없는 파괴자'였다. 그동안 용산 전자상가 주인들은 그들만이 아는 가격 정보를 바탕으로 소비자를 쥐락펴락했는데, 다나와가 이 일급 비밀을 인터넷에 공개해버린 것이다. 가격 비교의 후폭풍은 적지 않았다. 소비자들은 제품 검색, 상세 검색을 통해 용산 전자상가 주인 빰치는 가격 정보를 꿰찼다.
"그거 검색해보니 인터넷 최저가가 10만9000원인데요."
"너무 비싸요."
가격 정보가 노출되다보니, 소비자가 협상 우위에 서게 됐다. 용산전자 상가들은 가격 비교 사이트 때문에 죽는다고 아우성쳤다. 실제로 용산 전자 상가 중에서도 인터넷 시대에 철저히 변신한 자는 살아남고 기존의 용산 경제학을 고수한 이들은 퇴장했다. 인터넷 시대, 권력이 공급자에서 소비자로 넘어갔다는 증거는 이렇게 다나와의 파괴력에서도 발견된다.
가격 비교하러 모인 사람들 덕분에 다나와는 스스로 거대한 장터가 됐다. 다나와 때문에 죽겠다던 용산 전자상가들은 이제 다나와 온라인 상점에 입점하려고 애를 쓴다. 용산에 와야 전자제품이 잘 팔리듯, 온라인 장터 다나와라는 길목에 서야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나와에서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갔다. 소비자들이 공급자가 남긴 정보만 검색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 스스로 정보를 생산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왔다.
"소니 XX 제품 품질 나빠요"
"최신 디지털 카메라 리뷰"
이같은 평가들은 다나와를 제품에 관한 최고의 정보 생산지로 격상시켰다. 다나와는 각종 판매 기록과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무궁무진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낸다. '노트북 10대 중 9대는 인텔' '블루투스 하반기 최고 히트작 될 듯'과 같은 다나와발 뉴스들은 기존 매체에 계속 인용된다.
노트북 ‘10대 중 9대는 인텔’
다나와리서치(research.danawa.com)가 최근 6개월 동안 판매된 노트북을 분석한 결과 10대 중 9대는 인텔 CPU를 얹은 노트북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디어로서 성킁성큼 성장하는 다나와의 미디어 전략을 총괄하고 있는 사람이 박영하 선배이다. 박 선배는 그동안 어떠한 저널리즘 스쿨에서도 들어 본 적이 없는 다나와 만의 저널리즘 전략을 강조했다.
박 선배의 미디어 전략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앞서 제목에서도 공개했듯이 "쇼핑의, 쇼핑을 위한, 쇼핑에 의한" 저널리즘이다. 이 말 자체는 링컨 대통령의 연설을 패러디해 내가 붙인 것이지만, 박 선배의 고민과 전략과도 조금도
어긋나지 않는다,
하늘에 구멍이 난 듯 비가 쏟아지는 날, 점심까지 사주시며 박 선배가 들려준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키워드로 정리해볼까. (박 선배, 감사했습니다.) 박 선배의 미디어 본부에는 취재 기자를 비롯해 20명이 근무하고 있으며 다나와 총 직원은 200명에 육박한다고 한다.
① 'AIDMA 이론'을 아시나요?'
박 선배는 소비자행동이론, 즉 AIDMA에 철저히 근거한 저널리즘을 추구할 생각이라고 했다. 다나와를 AIDMA를 위한 최상의 미디어 플랫폼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AIDAM란 무엇인가? 광고 회사 다니는 사람이라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었을, 중요하고도 중요한 소비자 행동이론이다. 소비자가 제품 구매에 이르는 5가지 단계를 잘 설명하고 있다.
Attention (주목)
↓
Desire (욕망)
↓
Memory (기억)
↓
Action(행동)
AIDMA는 소비자 구매로 이어지는 5단계의 머릿글자를 딴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소비자가 출시됐는지조차 모른다면, 팔리지 않을 것이다. 제품 구매의 첫 단계는 소비자의 주목을 끄는 일이다. 바로 Attenion! 아무리 요란하고 떠들썩하게 자신의 존재를 알린 제품이라도 소비자에게 흥미를 일으키지 못한 제품은 소비자의 지갑을 열지 못한다. 바로 Interest!. 소비자는 제품에 관심을 갖고 검토해보다 그 제품을 갖고 싶다는 욕구를 지니게 된다. 이것이 바로 Desire!!! 그러나 인간의 욕망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그 욕망은 다른 욕망에 의해, 또다른 바쁜 일로 인해 잊어지게 마련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뇌리에 떠나지 않고 기억 속에서 살아숨쉬는 제품이 있다면, 소비자는 언젠가는 지갑을 열게 될 것이다. 이것이 Memory!!!와 Action!!!이다.
"
각 단계마다 필요한 정보가 있다. 다나와의 미디어 전략 역시 AIDMA와 궤를 같이하고 있다. 다나와는 주목, 흥미, 욕망, 기억, 행동이라는 AIDMA 이론에 근거한 제품 정보를 생산하고 소비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정비하고 있다"
박 선배의 말은 거룩한 그 무엇으로 포장하는 정통 저널리즘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저널리즘은 ~ 해야 한다'는 당위성 논리에서 조금만 한발짝 떨어져서 이 말을 꼽씹는다면, 박 선배의 전략은 최고의 쇼핑 플랫폼을 꿈꾸는 다나와를 위한 최적의 뉴미디어 전략임에는 틀림이 없다.
② 이것이 다나와식 웹 2.0 전략
다나와가 네티즌 기자들을 상대로 대만 출장을 보냈다는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 대만에서는 매년 전세계 최대 규모의 IT 상품 및 부품 박람회가 열리는 데, 여기에 네티즌 기자 10여명을 뽑아 항공료와 숙박료를 제공해주고 취재시켰다는 것이다. 다나와를 찾는 소비자 혹은 구독자, IT 전문가들에게 보다 생생한 IT 소식을 전하기 위한 투자였던 셈이다.
"물론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훈련받은 기자들의 역량을 기대하면 안된다. 그들은 대만 현지에서 좌충우돌했지만, 시기를 거듭할 수록 좋은 정보를 생산해낼 것으로 기대한다."
다나와식 웹 2.0 전략, 즉 참여, 공유, 개방의 미디어 전략은 네티즌들에게 어쭙잖은 희생과 봉사를 강요하지 않는다. 좋은 콘텐츠에 대해서는 원고료를 제공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앞으로 400명 정도 네티즌 기자들을 모을 것이다. 그들은 소정의 원고료를 받는다. 그런데, 이 원고료는 뉴스 수준에 따라 차별적으로 지급될 것이다."
예를 들어, 다나와 홈페이지 첫 머리(헤드라인)에 뽑힐 정도로 좋은 뉴스를 제공한 네티즌 기자의 경우, 높은 원고료를 받게 된다. 반대로 원고가 채택됐더라도 뉴스 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판단되면 원고료도 상대적으로 적어진다는 것이다.
뉴스는 곧 상품 정보이며, 이는 소비자 구매 행동을 이끄는 최적의 트리거(Trigger, 촉발 요인)이다. 쇼핑 관점에서 정보의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의 전략은 더욱 폭넓다. 박 선배는 다음 계획도 살짝 비췄다.
"앞으로는 다나와가 생산한 각종 정보, 리뷰와 뉴스들을 다른 쇼핑 플랫폼에도 판매할 계획이다. 그들도 이러한 정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다나와의 웹 2.0 전략은 이렇듯 미래를 한 발짝 앞서 보는 넓은 안목과 이를 바탕으로 한 투자에 있다. 뉴미디어로서의 다나와가 어떻게 진화할 지, 지속적인 관심을 아끼지 않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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